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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리뷰,줄거리,관람평

by 박학다식맨 2024. 1. 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줄거리

코엔 형제는 만드는 영화들마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고 수많은 명작들을 연출하였습니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단발머리의 살인마 안톤 쉬 거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이 인상적이고, 조슈 브롤린, 토미 리 존스, 우디 해럴슨 등 출중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 출연한 스릴러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리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1980년 여름의 미국, 사막 한가운데서 사냥 중이던 베트남전 참전 경력의 베테랑 저격수 르웰린 모스(조시 브롤린 분)는 사냥감을 뒤쫓다가 우연히 총격전이 벌어진 현장을 발견한다. 현장 주변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십여 명이 죽어있었고, 차 안에서 살아남은 한 명은 총상으로 죽어가면서 모스에게 물을 달라고 애원한다. 트렁크에서 대량의 마약을 발견한 르웰린은 사건에 개입되고 싶지 않았기에 서둘러 자리를 떴고, 다른 흔적을 따라 사망자 한 명과 2백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발견, 돈가방을 주워서 집인 트레일러 주택으로 돌아온다. 르웰린은 이 행운이 있기 전에는 꽤 가난하게 살았던 듯, 집도 아닌 트레일러는 매우 초라해 보이고, 젊은 아내는 바가지를 긁는다. 르웰린은 평소대로 잠들려고 하지만 죽어가는 생존자의 요청을 거절한 게 내심 꺼림칙했던지 물통을 가지고서 새벽녘에 현장을 다시 방문하는데, 때마침 사건 현장에 도착한 갱단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총격전을 피해 간신히 달아난 르웰린을 추적하기 위해, 갱들은 남아있는 르웰린의 차량의 번호판을 조회해서 추적하는 한 편 살인마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 분)를 고용하고, 이후 이 참극을 발견한 보안관 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 분)이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혼돈과 폭력의 결말로 치달아간다.

2. 배경

베트남전과 오일 쇼크로 1970년대 미국은 사회 문제, 경제 문제가 악화되었고 60년대까지만 해도 극소수였던 연쇄살인이 갑자기 대규모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의 배경이 1980년인데, 1980년 미국의 살인 범죄율은 10만 명당 10.2건으로 역사상 최악이었다.

영화가 시작하면 보안관 벨 역의 토미 리 존스가 독백 형식으로 내레이션을 한다. '예전에는 보안관들이 총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있었다'면서 '조금 더 평화로웠던' 과거의 모습, 과거의 세상을 회상하던 존스는 한 소녀를 살해한 죄로 사형에 처해진 살인마를 체포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살인자의 반성 없음과 살인의 잔혹성을 한탄하는데, 이 것만 봐도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다.

제목은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의 첫 구절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가져온 것이다. 뜻은 ‘(세상이 많이 바뀌고 험악해지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게 변했거나 돌아가기 때문에) 노인이 살아갈 만한 나라가 아니다’에 가깝다.

이 구절에서 '노인'이란 '오래된 지혜를 가진 현명한 생각의 소유자'이다. 만약 노인의 경험과 지혜대로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게 흘러가는 사회라면 그곳에서 노인들은 대접받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지혜로운 노인이 예측한 대로 흐르지 않는다. 우연을 통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고, 누군가 선한 의도로 행한 일이 곧 악몽이 되어 찾아오며, 시시때때로 저지른 이유도 목적도 공감할 수 없는 범죄가 일어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매일 일어나는 곳이 우리가 사는 현실인 것이다. 이러한 부조리한 세상의 이치를 매우 담담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즉, 제목의 의미는 '노인(지성인)이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나라(세상)는 없다'는 혼돈의 법칙에 대한 무미건조한 해설에 불과하다. 제목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되면, 왜 영화에서 혼돈의 화신이나 다름없는 살인마 안톤 시거가 등장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영화는 '안톤 쉬거'라는 재앙적 존재를 통하여, 모든 사람은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해질 수 없다는 사실의 가혹함을 보여 주려 했던 것이다. 이런 의미의 제목에 걸맞게 늙은 보안관인 에드 톰 벨은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양심적이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유의미한 결실도 맺지 못한다. [스포일러 1]

이렇듯 시 구절에서 가져온 제목이어서 직역된 제목만 보고 내용을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 작품이다. 대부분은 진짜 문자 그대로 노인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오해한다. 노인 복지에 관한 사회적인 내용으로 예상하고 감상했다가 전혀 다른 내용을 알게 되는 경우도 초창기에 적지 않았다.

참고로 원제가 워낙 긴 데다 내포하는 의미 또한 함축적이어서 그런지, 영미권 이외의 국가에서 현지화된 제목을 보면 뭐 하나 일관성이 없이 죄다 따로 논다. 일본은 '노 컨트리'(ノーカントリー), 중국은 '늙은이가 기댈 곳은 없다(老无所依)', 대만은 '위험한 길에는 가까이 가지 말라'(險路勿近), 홍콩은 '이백만 달러에 목숨을 잃은 기이한 사건'(二百萬奪命奇案), 베트남은 '숨을 곳은 없다'(Không chốn dung thân) 등이다. 그나마 이 중에서는 중국판 제목이 원제의 뜻에 가장 가깝다.

 

3. 관람평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훌륭한 영화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삭막하고 배경음조차 흐르지 않는 가운데 안톤 쉬 거를 비롯한 등장인물의 행동 하나하나가 긴장감이 넘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배경음을 제거한 것이 더욱 현실성을 높이고 인물들의 대사, 행동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요소였습니다. 몰입하기에 너무나 좋은 요소였습니다
제목에서 노인은 벨, 모스를 비롯한 미국 기성세대와 질서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영화 초반 벨의 무기력한 독백과 안톤에 의해 살해된 보안관, 모스의 사냥 실패 장면, 그리고 베트남전이 끝난 후의 미국 상황 등 영화는 미국이라는 나라와 기성세대가 몰락해 가는 장면을 그리고 있고, 제목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이러한 노인, 즉 구세대의 질서가 설 곳이 없다는 것을 뜻하고 있죠. 가장 미국적인 인물인 벨은 실제로 허탕만 계속 치며 유의미한 성과를 하나도 이뤄내지 못합니다.
안톤 쉬 거는 이런 미국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절대악, 재앙, 죽음 그 자체입니다. 시스템과 인물들을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언제 무슨 일을 일으킬지 모르는 엄청난 불안감과 공포심을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고 거칠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재앙조차도 예상치 못하게 트럭에 치여서 치명상을 입는 것이 재미있는 요소이죠.
영화의 백미는 휴게소 직원과 안톤의 대사인데요. 액션 없이 대사만으로도 숨 막히는 기분을 전달하고 언제 안톤이 직원을 죽일지 모르는 상황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졸이게 합니다. 미친 듯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하비에르 바르뎀과 이를 연출해 낸 코엔 형제의 연출 능력이 빛을 발한 장면이었습니다.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지 않아도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그 자체로도 매우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감독이 의도한 바를 세세하게 파악해 내는 것도 재미있지만 딱히 그러지 않고 생각 없이 보아도 영화의 스토리, 긴장감, 안톤 시거의 존재감 때문에 끝까지 한눈팔 겨를이 없는 영화입니다. 몇몇 거장들은 때로는 숨겨진 의미 부여와 미장센, 메시지 등에 치우쳐 영화 자체의 재미가 떨어지고 아리송한 채로 끝나는 영화들도 있는데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개인적으로 그런 류의 영화들과는 거리가 먼 재미있으면서 작품성까지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사실 대부분이 뛰어나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정도인데요. 굳이 순위를 매겨보자면 TOP 3 안에는 무조건 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비에르 바르뎀의 단발머리 미치광이 살인마 안톤 쉬 거도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악역으로 남게 되었으며,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고 코엔 형제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무조건 보아야 할 영화입니다.